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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이야기한다

복지케어 에디터 2022. 4. 29.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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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에서 다섯 살쯤 되는 어린이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나 고민거리들을 그림을 통해 나타낸다. 예를들면 그림 5-6에서 어린 미술가는, 우산을 든 팔을 다른 팔보다 훨씬 크게 그렸는데, 그것은 우산을 들고 있는 팔이 그림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음 예는 부끄럼을 잘 타는 다섯 살 난 어떤 어린이가 자기 가족의 초상을 것으로 자기의 속마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풍경화

다섯 살에서 여섯 살이 되면 어린이들은 풍경을 창조하는 상징들을 만들 수 있다. 어린이들은 또다시 시행 착오를 거쳐 끝없이 되풀이되는 상징적인 풍경화를 단순하게 그리게 된다. 당신은 아마도 자신이 다섯 살이나 여섯 살쯤에 그렸던 풍경화를 기억할 것이다.

그 풍경화를 이루고 있는 요소들은 무엇이었을까? 첫번째는 하늘과 땅이다. 상징적으로 생각하는 어린이들에게 땅은 바닥이고 하늘은 꼭대기다. 그러므로 땅은 종이의 아랫면이 되고 하늘은 그림 5-7과 같이 종이의 윗면이 된다. 어린이들이 색을 칠하게 된다면 아래쪽은 초록색으로 위쪽은 파란색으로 강조할 것이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풍경화를 그릴 때 꼭 집을 그린다. 당신이 옛날에 그렸던 집의 이미지를 회상해 보라. 창문과 커튼은 있었는지? 그리고 또 무엇이 있었을까? 문이었을까? 문에는 뭐가 달려 있었나? 물론 손잡이가 있었다. 왜냐하면 손잡이가 있어야 집 안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한 번도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에서 문의 손잡이가 빠진 집을 본 일이 없다.

이제는 집 말고 풍경화에 무엇을 그렸는지 기억해 보라, 태양? 구름? 굴뚝? 꽃? 나무? 그리고 또 무엇들이 있었나? 뒤로 돌아가는 길? 담장?새? 태양은 그림 한 구석에 그렸거나, 여러 개의 동그라미를 겹쳐서 그리지 않았는지? 흔들리는 나무를 나타내기 위해서 가지들을 곡선으로 그리지는 않았는지? 산은 고깔 모양의 아이스크림을 엎어 놓은 것처럼 그렸을 것이다.

여기서 더 읽어 나가기 전에 종이를 준비하고 당신이 어렸을 적에 그렸던 풍경화를 한 장 그리기 바란다. 유년 시절을 회상한 풍경화'라고 이름을 붙이도록 하자. 당신은 아마 모든 영상을 놀라울 만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 기억들은 그림을 그려 나가면서 더욱 또렷해진다.

풍경화를 그리는 동안은 무엇보다도 즐거워야 한다. 아이들처럼 상징이 하나씩 그려질 때마다 만족하다고 생각하라. 아이들도 자기가 그린 상징에는 만족하지 않는가? 그리고 모든 상징들은 그림 속에서 제자리를 잡고 있다고 생각하라. 혹시 빠진 것이 없나 하고 염려하지도 말라. 될 수 있다면 당신의 그림은 완벽하다고 생각하라.

당신이 그림을 못 그리게 되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중에는 결국 그릴 수 있다. 만약 안 된다면 그 이유는 간단하다. 당신은 뭔가에 막혀 있는 것이다. 내가 지도한 어른들 중에서도 열 명에 한 명은 자기 유년기의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어른들이 자기 유년기의 그림을 기억해내서 그린 풍경화를 보기로 하자.

풍경화에서는 사물 하나하나를 인격화시켰다. 또한 구도도 상당히 짜임새가 있다. 모든 사물들이 사각형 안에서 정확하게 제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어느것 하나라도 빼거나 더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구성되어 있다(그림 5-8). 이제 내가 여기서 그림 속의 한 부분을 없애 버린다면(그림 5-9) 어떻게 되는가를 보여 주겠다. 이러한 방식을 당신이 그린 풍경화에서도 한 번에 한 가지씩만 시험해 보기 바란다. 작은 것 하나를 없앰으로 해서 그림 전체의 균형이 깨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림 5-10에서 5-12까지는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유년시절의 풍경화들이다.

이 그림들을 본 다음 자신의 그림을 살펴보기 바란다. 특히 구도를 주의 깊게 보자. (사각형 안에서 사물들이 어떻게 배치되어 있고 또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지. ) 구도의 한 요소인 간격을 관찰하자. 한 가지 요소를 가지고 그것이 구도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알아 보자. 이제는 당신이 그림을 어떻게 그렸는가를 되새겨보자. 당신은 그림 한 부분 한 부분을 어느 곳으로 가져 가야 하는지 깨달으면서 그림을 그렸는가? 확신을 가지고 했는가? 모든 부분의 상징은 그것 자체로 완벽하고, 또 다른 상징들과도 완전하게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가? 그림 속의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잡고 형상화도 완벽하게 되었을 때, 당신은 어린아이들처럼 만족하게 될 것이다.

복잡해진 단계

자, 이제는 아홉 살이나 열 살 때로 넘어가자. 디킨즈(Charles Dickens)의 「크리스마스 캐롤」에 나오는 유령들처럼 과거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이다.

국민 학교 5,6학년이나 중학교 1학년 때쯤이면 어린이들은 그림을 세밀하게 그리려고 한다. 보다더 사실적으로 그리려는 의도에서인데 그들의 목표는 상을 타는 데 있다. 구도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으므로 사물들이 아무데나 놓이는 경우도 있다. 사물들이 '어디에 놓여 있는가?' 하는 관심이, 사물들이 ‘어떻게 보이는가?'하는 관심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대체로 나이가 든 아이들의 그림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는데, 그러면서도 어렸을 때 가지고 있던 자신감은 좀 덜하다. 이 시기의 그림에서는 성별의 차이가 드러난다. 사내아이들이 그리는 대상들은, 경주용 자동차 같은 탈것들에서부터 폭격기, 잠수함, 탱크, 로킷 등이 등장하는 전투 장면이나, 털보 해적, 바이킹의 뱃사람, 해적선, 인기 연예인, 등산가, 수중 탐사부 등 전설적인 인물이나 영웅들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하다. 또 도안된 글자도 그리며, 칼에 찔려 피가 흘러내리는 눈알 등 색다른 이미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도 과감하게 그려낸다.

한편 여자아이들은 주로 부드러운 것들을 그리게 된다. 꽃병의 꽃, 폭포, 잔잔한 호수에 비친 산 그림자, 풀밭 위를 달리는 예쁜 소녀 등이 자주 소재로 택해진다. 길다란 속눈썹에 멋있는 머리 모양, 가느다란 다리와 잘록한 허리의 패션 모델을 그리기도 하는데, 대개 손은 뒤로 향하게 그린다. 손은 그리기가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림 5-13, 14, 15, 16은 이러한 사춘기 초기 아이들의 그림이다. 여기에는 사내아이와 여자아이의 만화도 포함되어 있는데, 그 상상력이 아주 놀랍다. 만화는 이 나이의 아이들에게 꽤 인기가 있다. 친근한 상징적 형태들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만화들은 다소 과장되거나 뭔가를 과시하려는 듯이 보이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꼭 어린애 그림 같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사실주의적 단계

열 살이나 열 한 살쯤 된 어린이들은 사실주의에 대해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그림 5-17,18).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을 때’, 즉 ‘사실적으로 보이지 않을 때’ 어린이들은 용기를 잃고 마침내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한다.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봐라." 그러나 이런 말은 어린이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못 된다. '무엇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 들어 보기로 하자. 열 살 된 어린이가 네모난 상자를 그리려고 한다. 그는 삼차원의 나무 토막을 '진짜같이' 그리려고 애를 쓴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두세 개의 면으로(정면으로 보면 그나마 한 면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것을 그리게 된다. 그렇게 해서는 입방체의 토막을 재현시킬 수가 없다.

따라서 어린이가 입방체를 그리려면 보이는 그대로 이상한 각도의 모양을 그려야만 한다. 망막에 비치는 대로만 그려야 하는 것이다. 그 모양은 사각형이 될 수가 없다. 그러니까 사실상 어린이는 입방체가 사각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우스꽝스럽기 마련'인 사각형을 그려야 하는 것이다. 입방체는 직각이 아닌 괴상망측한 각도로 그려야만 입방체다운 입방체가 된다. 달리 말하면, 사각형의 입방체를 그리기 위해서는 사각형이 아닌 모양들을 그려야 한다는 말이다. 언어적 지식이나 개념적 지식과는 상반되는 이 비논리적인 역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아마 이 말은 “그림이란 진실을 얘기하는 거짓말.”이라는 피카소의 진술과 마찬가지일 것이다.)만약 진짜 모양의 입방체에 대한 언어적 지식이 학생들의 순수 시지각을 지배하고 있다면, 사춘기 학생들에게 실망을 안겨 주는 ‘잘못된’ 그림이 나올 수밖에 없다(그림 5-19). 입방체가 사각형의 면과 각도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학생들은 대개 사각형으로 입방체를 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입방체가 평평한 면 위에 놓여진 것을 알기 때문에 바닥을 일직선으로 그린다. 그림이 차츰 진행되면서 마침내 혼란은 가중된다.

입체파나 추상파의 그림에 익숙한 현학적인 사람들은 ‘정확한’ 그림 그림 5~20)보다는 ‘잘못된' 그림(그림 5-19)을 더 흥미롭게 본다. 학생들은 잘못 그린 자신의 그림에 찬사를 보내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어리둥절하게 된다. 학생들은 입방체를 실제와 똑같이 그리려고 했는데 그만 실패하고 말았다. 그런데도 잘 그렸다고 칭찬하는 사람이 있다니. 2 더하기 2를 5라고 했는데도 훌륭하고 창의적이라고 하니 학생들은 괴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입방체 그림같이 '잘못된 ' 그림을 그려 본 학생들은 이제 더 이상은 “못 그리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릴 수 있다. 그림 5-20의 입방체처럼 정확하게 그릴 수 있다.문제는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들이다. 그 지식들이 바로 눈앞에 있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선생님 자신이 직접 그림 그리는 과정을 학생들에게 보여 줌으로써 해결할 수도 있다. 이러한 시범 교육은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의 하나인 데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학생들 앞에서 자신 있게 보여 줄 수 있을 만큼 사실적인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아주 초보적인 수준에 있고 지각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선생님들 자신도, 어린이들이 사실적으로 그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만큼 그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많은 선생님들은 어린이들이 사실적인 그림에만 너무 집착하지 말고 좀더 자유롭게 표현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선생님들이 아무리 학생들의 사실주의에 대한 집착을 꺾어 보려고 해도 학생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학생들은 계속 사실주의를 고집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그림을 포기하고 말 것이다.

이 나이의 어린이들은 사실주의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 관찰하는 법을 배우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아주 드물긴 하지만 불행중 다행히도 우연히 그림의 비밀을 터득한 어린이도 있다. '어떻게 R-모드의 방법으로 사물을 볼 수 있는가?’, 이것이 바로 그 비밀이다. 서문에서 밝혔듯이, 나도 배우는 과정에서는 다른 아이들처럼 갈피를 못 잡고 비틀거렸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이제 어떻게 인식의 방법을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해 지도받을 필요가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지금 최근의 연구를 기초로 해서 새로운 지도 방법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이 두뇌 연구의 결과는 어린이들이 그토록 배우려고 애쓰는 관찰법과 그리기법을 선생님이 효과적으로 도와줄 수 있게끔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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